미국 판례가 주는 실무 시사점 1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 .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최소 1577 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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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례가 주는 실무 시사점 1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최소 1577년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1] 초기에는 변호사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관례에 가까웠으나, 19세기에 접어들며 누구든 처벌의 두려움 없이 변호사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아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실질적인 법리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이 원칙은 미국 등 보통법 국가에서의 판례 축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기준으로 정교화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수백 년의 법적 전통이 2026년 대한민국에도 전격 도입되었습니다.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을 명문화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법률 조력 목적으로 나눈 비밀 의사 교환 내용, 그리고 변호사가 소송·수사·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합니다. 이로써 국내 기업들은 사내외 변호사와의 교신 내역과 법률 자문 보고서, 리스크 검토 자료 등 전반적인 법률 자문 관련 자료를 법령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이 제도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보통법 체계인 미국의 판례가 한국에 직접 적용되기는 어렵지만, 어떤 자료가 왜 보호받는지, 어떤 경우에 그 보호가 제한되거나 상실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구조는 이제 막 제도를 맞이한 한국 기업들에게 충분한 실무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미국 판례를 통해 ACP의 보호 범위와 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다음 호에서는 ACP와 혼동하기 쉬운 소송준비자료 보호원칙(Work Product Doctrine)의 차이를 짚고, 최근 뉴욕 법원 등에서 논의되는 AI 시대의 새로운 ACP 리스크를 포함해 한국 기업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을 제시하겠습니다.
1. 기업 ACP의 범위: 누가 의뢰인이고, 무엇이 보호받는가
참고 판례: Upjohn Co. v. United States, 449 U.S. 383 (1981)
기업 ACP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누구와 나눈 대화가, 어떤 조건에서 보호되는가”입니다.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그 개인 자신이 곧 의뢰인입니다. 그러나 기업 의뢰인의 경우,
기업의 임직원을 통해 변호사와 소통합니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과 변호사가 나눈 대화가 어디까지 ACP 보호를 받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1981년 이전까지 많은 미국 연방법원은 이른바 ‘지배집단기준(Control-Group Test)’을 적용했습니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고위 임원과 변호사 간의 교신만이 ACP 보호를 받는다는 해석이었는데, 이는 법적 판단에 따라 회사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결정권자만이 의뢰인의 목소리라는 논리에 근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Upjohn Co.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이 기준을 뒤집었습니다.
제약회사 Upjohn의 법무총괄(General Counsel)은 해외 자회사의 뇌물 의혹을 파악한 뒤 내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회사 변호사들은 해외 법인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상세한 질의서를 발송하고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미국 국세청이 세무 조사 과정에서 이 질의서 응답지와 면담 메모 등 관련 파일 전체의 제출을 요구했고, Upjohn은 ACP와 소송준비자료에 대한 보호원칙(Work Product Doctrine)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Upjohn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지배집단기준은 ACP가 보호하는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한다는 이유였습니다. ACP는 법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임원진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행위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호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언하기 위해 임원 이외의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됩니다. 기업 현실에서 법적 위험과 직결된 정보는 임원진보다 현장에 더 가까운 중간관리직이나 실무 직원들에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팀이 회사 전체의 법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자문을 제공하려면 바로 그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Upjohn 판결은 기업 ACP의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도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보호된다”는 식의 고정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해당 사안에서 보호가 인정된 이유를 서술하였으며, 실무에서는 이를 보호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분석합니다. 지배집단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직원과의 교신이든 아래 핵심 요소를 충족하면 ACP 보호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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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john 판결이 제시한 기업 ACP 보호의 핵심 요소
• 직무 범위 내의 사안. 해당 교신이 직원의 직무 범위 내에 있는 사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법률 자문 목적의 교신. 회사의 법률 자문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 임원진으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정보. 해당 정보는 임원진이 아닌 실무 직원만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법률 자문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이었습니다. • 비밀 유지의 의도 및 실질적 관리. 교신은 비밀로 유지될 것을 지시받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관리되었습니다. |
즉, ACP의 보호 범위는 직급이 아니라 위 핵심 판단 요소의 충족 여부로 결정됩니다. 중간관리자든 현장 직원이든, 위 요소들을 갖춘 교신이라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위 임원 간의 교신이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보호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Upjohn Warning[2]
Upjohn 판결은 또한 Upjohn warning이라는 실무 관행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내부 조사에서 회사 변호사가 직원을 면담할 때는 반드시 다음을 명확히 고지해야 합니다.
“이 자리의 변호사는 회사를 대리하는 것이며, 면담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권은 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에 귀속됩니다.”
따라서 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으며, 직원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고지가 생략되면 직원이 자신의 비밀유지권을 주장하는 혼선이 생길 수 있고, 그 결과 내부 조사 전체의 ACP 보호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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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실무에 대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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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CP가 인정된 경우 vs. 인정되지 않은 경우
Upjohn이 누가 보호받는지를 재정의했다면, 이후 미국 판례들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어떤 교신이 ACP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구체화했습니다.
기업 환경에서는 법무와 경영 기능이 혼재하고, 법률 자문과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단일 문서 안에서 뒤섞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계선은 다국적 기업일수록, 사내 변호사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관여할수록 더 흐려집니다. 미국 법원이 이 경계를 어떻게 그었는지, 아래 두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원칙 1. 법률 조언인가, 경영 판단인가: 주된 목적(Dominant Purpose) 기준
ACP 적용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은 해당 교신의 주된 목적입니다.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교신이 왜 이루어졌는지가 핵심입니다.
O 보호가 인정된 사례
X 보호가 거부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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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실무에 대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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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미국에서 ACP는 연방법과 각 주(州)의 법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어떤 법원에서 분쟁이 제기되는가에 따라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다국적 기업의 경우 국가별로 상이한 특권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원칙 2. ACP는 ‘교신’을 보호한다, 발생한 ‘사실’ 그 자체를 보호하지 않는다
두 번째 원칙은 ACP의 보호 대상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ACP의 보호 대상은 변호사에게 사실을 전달한 교신 행위 자체입니다. 그 교신 안에 담긴 사실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X 보호가 거부된 사례
ACP 원칙이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은 회사에게 불리한 사실을 변호사에게만 전달하면 그 사실 자체가 외부로부터 차단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는 ACP의 작동 방식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에게 “우리 공장의 연간 사고 발생 건수는 X건입니다”라고 전달했다면, 그 수치 자체는 여전히 조사 대상입니다. ACP가 막는 것은 그 사실을 변호사에게 전달한 교신의 공개이지, 사실 그 자체가 아닙니다. 상대방은 증인 진술, 현장 조사, 별도의 문서 제출 요구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동일한 사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ACP는 기업에 불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법률 자문 과정에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도구입니다. 이 제도의 존재 이유는 의뢰인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사실을 변호사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변호사가 비로소 제대로 된 법적 조언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 클라이언트의 경우, 이는 곧 임직원들이 불리한 내부 정보라도 법무팀이나 외부 변호사에게 숨김없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조직 전체의 법적 방어력을 높이는 출발점임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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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실무에 대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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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두 원칙의 정리
두 원칙을 통해 살펴본 판례들이 공통으로 의미하는 바는 변호사가 개입하는 교신은 그 목적과 내용이 법률 자문과 명확히 연결되어야만 보호받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의 이름이 붙어 있어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문서가 만들어진 시점에 이미 시작됩니다.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전략인 이유입니다.
LexisNexis로 실무의 품격을 높이다
Upjohn 기준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 조사 현장에서 그 기준을 지켜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질의서를 언제 배포해야 하는지, 면담은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Upjohn Warning은 어떤 문언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실무적 판단은 관련 경험이 없으면 순간의 실수로 특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LexisNexis Practical Guidance는 이러한 실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설계된 자료들을 제공합니다. 법무팀이 스스로 절차를 점검하고, 외부 자문을 요청하기 전 구조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내부 조사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자료
아래 자료들은 미국 연방법 체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LexisNexis Practical Guidance 시리즈입니다. 한국 변호사법 등 국내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조사의 설계 방식, 면담 진행 전략, 그리고 특권 보호를 위한 절차적 구조는 법체계를 넘어 참고할 수 있는 공통적인 원칙을 제공합니다.
다음 달 2부에서는 ACP와 함께 반드시 알아야 할 소송준비자료 보호원칙(Work Product Doctrine)의 개념과 양자의 차이를 짚어보고, 최근 뉴욕 법원 등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AI 시대의 새로운 ACP 리스크를 살펴봅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내부 조사와 법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도 함께 제시하겠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1] Siegel v. Snyder, 202 A.D.3d 125 (2021).
[2] 이 섹션에서 다룬 Upjohn Warning의 실무 적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가이드는 LexisNexis Practical Guidance Practice Note "Investigations: Upjohn Warnings"(최종 업데이트: 2025년 11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In re GM LLC Ignition Switch Litig., 80 F. Supp. 3d 521 (2015). (美 연방판례)
[4] Cicel (Beijing) Sci. & Tech. Co. v. Misonix, Inc., 331 F.R.D. 218 (2019). (美 연방판례)
[5] Saran v. Chelsea GCA Realty Partnership, L.P., 174 A.D.3d 759 (2019). (뉴욕 주법)
[6] Gottwald v. Geragos, 205 A.D.3d 417 (2022). (뉴욕 주법)
[7] FTC v. Boehringer Ingelheim Pharms., Inc., 892 F.3d 1264 (2018). (연방법)
[8] County of Los Angeles Bd. of Supervisors v. Superior Court, 12 Cal. App. 5th 1264 (2017). (캘리포니아 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