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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을 넘어 글로벌로 개정 상법 이후 2026 주주행동주의와 이사회 대응 전략

승소하는 의사결정은 결론이 아니라 증명 가능한 과정에서 나온다. 

                             

2026 3월 정기 주주총회. 겉으로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올해 주총의 법적 환경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2025 7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편했습니다. 기존에는 이사가회사를 위하여직무를 수행해야 했다면, 개정법은 이사가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충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이사가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명시했습니다.

회사이익 우선 원칙이 폐기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주 간 이익 형평성이라는 기준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 변화의 의미는 단순히 이사의 책임 범위 확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향후 분쟁에서 이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사회는 단순히 올바른 결론을 냈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주주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한 공정한 절차가 있었음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핵심이 됩니다.

그 증명은 공시나 보도자료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사회에 제출된 검토 자료와 회의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법정 자료가 된다는 점이 2026년 이사회 실무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외부 변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2025 255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1]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이제 결론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요구합니다. 결론의 정당성만으로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 기업 이사회가 개정 충실의무를 실무에서 구현하기 위한 세 가지 프레임을 다룹니다.

  •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Informed Decision-Making)
  • 감독 의무(Oversight Duty)
  •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Fairness)

논의의 중심은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입니다. 물론 이 판례들은 보통법(common law) 체계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한국에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 법원이 개정 상법을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앞으로 판례가 축적되면서 보다 명확해질 것입니다.

Ⅰ.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Informed Decision-Making):

결론의 질은 과정이 증명한다

참고 판례: Smith v. Van Gorkom, 488 A.2d 858 (Del. 1985)

1985년 델라웨어 대법원은 Trans Union 이사회가 승인한 합병 결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결론 자체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이사회는 단 2시간 만에 합병안을 승인했고, 독립적인 재무 검토나 충분한 사전 자료 검토도 없었습니다. 심의의 대부분은 CEO의 구두 설명에 의존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중과실(gross negligence)로 판단했고, 이사들은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판결이 확립한 원칙은 명확합니다.

이사는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informed), 선의로(in good faith) 결정을 내렸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미국 이사회 실무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합병·인수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는 독립적 외부 재무 평가가 사실상 표준이 되었고, 이사들이 어떤 자료를 검토했고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이사회에 주는 시사점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도 낯선 것은 아닙니다. 한국 판례 역시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통상 요구되는 수준의 조사와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고 다른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나 행동주의 주주가 가장 먼저 요구할 것은 결론의 정당성 자체보다는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기록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사회가 어떤 정보를 검토했고 어떤 논의를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실무의 중요성은 개정 상법과 주주행동주의 환경 속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 팁

•      안건 자료는 회의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포하고 그 사실을 회의록에 명기

•      이사들의 주요 질문과 경영진의 답변을 회의록에 요약

•      외부 전문가 의견을 활용했다면 그 의견의 핵심 근거·검토자 ·검토 시점을 기록

Ⅱ. 감독 의무(Oversight Duty):

감시하지 않은 것도 의무 위반이다

참고 판례: In re Caremark Int'l, 698 A.2d 959 (Del. Ch. 1996)/Marchand v. Barnhill, 212 A.3d 805 (Del. 2019)

이사회 의무는 단순히 결정을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회사의 법령 준수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감독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Caremark 판결은 이사회 책임이 발생하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1. 보고·감독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지 않은 경우
  2. 시스템이 있어도 경고 신호를 인지하고 무시한 경우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것 자체가 이미 감독의무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9Marchand 판결은 이를 더욱 구체화했습니다. Blue Bell 아이스크림의 리스테리아균 사망 사건에서 델라웨어 대법원은 식품 안전 리스크에 대한 감독 시스템 자체가 부재했던 점을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Caremark 이후 감독 의무 위반이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요건은 엄격하지만, 인정될 경우 책임은 매우 무겁습니다.

자사주 안건에서의 시사점

자사주 의사결정은 감독 의무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2026 2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사 개인에게 5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습니다(2026 3 8일 기준 공포 전).

미국의 Caremark 법리는 감독 시스템 부재를 판례를 통해 책임으로 연결합니다. 반면 한국 개정안은 절차 위반 자체에 행정 제재를 부과하는 구조입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사전 감독 체계가 없으면 위반 자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자사주 현황을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는지, 취득과 처분의 목적을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검토했는지가 감독 의무의 핵심 질문이 될 것입니다.

실무 팁

•      자사주 취득·처분 목적과 가격 산정 근거를 이사회 안건으로 명시

•      분기별 자사주 현황 보고를 이사회 정기 의제로 설정

•      1년 내 소각 기한 도래 건은 사전 보고 사실을 회의록에 기록

 

Ⅲ.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Fairness):

이해충돌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로 해결한다

참고 판례: Kahn v. M&F Worldwide Corp., 88 A.3d 635 (Del. 2014) (MFW)

 

이사회가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입니다.

이해충돌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 이사 개인의 이해관계
  • 주주들 사이의 이해충돌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특정 주주에게만 돌아가는 자사주 매각, 계열사 간 가치 이전 — 이런 안건에서 핵심 딜레마는 결정할 권한을 가진 자와 그 결정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겹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델라웨어 법원은 이런 거래에 전체적 공정성(entire fairness) 심사를 적용합니다. 법원은 거래의 절차와 가격을 모두 직접 검토하며, 이사회가 공정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판단 원칙의 심사보다 훨씬 더 기업에 부담을 줍니다. 결과가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의심받는 구조 안에서 내린 결정은 처음부터 다시 검증됩니다.

MFW 판결은 이런 부담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이해충돌을 통제하는 절차를 사전에 설계하면 법원의 심사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 장치는 두 가지입니다.

  1. 독립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
  2. 소수주주 과반수 동의(majority-of-the-minority vote)

특별위원회는 형식적 독립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부 자문을 활용하고 조건을 협상하며 거래를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소수주주 투표 역시 단순 절차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informed) 자유로운(uncoerced) 판단 기회를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이 두 장치가 협상 시작 이전에 도입되면 법원 심사 기준은 전체적 공정성에서 경영판단 원칙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한국 이사회에 주는 시사점

MFW 구조는 한국 상법에 직접 대응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해충돌이 있는 안건일수록 이해관계자를 심의·의결에서 분리하고, 소수주주 영향 검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한국 기업 이사회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실무 팁

•      이해관계 이사를 심의·의결에서 공식 배제하고 그 사실을 회의록에 명기

•      외부 전문가 의견 확보 시, '누가, 언제, 어떤 정보로 검토했는가'를 기록

•      안건 자료에 소수주주 영향을 어떻게 검토했는지에 대한 항목 포함

•      가능하다면 협상 시작 전 독립위원회 구성

기록이 방어력이다

세 가지 프레임이 공통으로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이사회의 방어력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의 기록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무엇을 검토했는가
  • 감독 의무어떤 시스템으로 위험을 관리했는가
  • 절차적 공정성이해충돌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분리했는가

이 내용이 회의록과 안건 자료에 남아 있을 때, 그것이 법정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이 충실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장한 지금, 한국 법원이 충분한 절차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아직 기다려봐야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판례가 축적되기 전인 지금이 절차를 갖추기에 가장 유리한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LexisNexis로 글로벌 기준을 추적하다

세 가지 프레임을 뒷받침하는 판례 기준은 고정된 규범이 아닙니다.

Van Gorkom 이후 이사의 정보 확보 의무는 점차 구체화되었고, Caremark 기준은 Marchand 판결을 거치며 산업별 핵심 리스크에 대한 감독 체계 구축 요구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MFW 판례 이후에는 2025년 델라웨어주의 SB 21 개정이 이해충돌 거래의 안전항(safe harbor)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이사회 책임과 관련된 기준은 판례와 입법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비교하는 작업은 한국 기업 이사회가 절차를 설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LexisNexis는 글로벌 법률 정보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및 리서치 기업으로, 판례·법령·학술자료·뉴스 등 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리서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컴퓨터 기반 법률 정보 검색 시스템을 상용화하면서 시작된 Lexis 서비스는 법률 데이터베이스를 전자적으로 검색하는 방식을 확산시켰으며, 현재는 전 세계 법률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법률 리서치 인프라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LexisNexis Shepard’s® 인용 추적 서비스는 특정 판례나 법령이 이후 판례에서 어떻게 인용되고 해석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법률 인용 분석 도구입니다. 이를 통해 판례가 유지되고 있는지, 제한되었는지, 혹은 새로운 판례에 의해 수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판례의 흐름과 법리 발전 방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러한 판례 추적 기능과 글로벌 법률 콘텐츠를 결합하면 특정 판례의 현재 효력뿐 아니라 이후 법원의 해석 흐름, 학계 논의, 실무 자료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례 기준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역일수록 이러한 정보 인프라는 기업 법무팀과 이사회가 글로벌 기준을 참고하여 의사결정 절차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준이 바뀐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형성되는 흐름을 미리 이해하는 것입니다. 판례와 법리의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 자체가 기업 의사결정의 중요한 리스크 관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 실무 자료

사내 법무팀과 기업 비서실 실무자를 위한 종합 참고 자료로는 LexisNexisIn-House Corporate Secretary Resource Kit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전반을 다루는 자료는 Fiduciary Duties Resource Kit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M&A 거래에서 이사의 승인 절차와 책임을 다룬 Fiduciary Duties and Director Approvals in M&A Deals (DE), 이사·임원 책임의 주별 비교를 정리한 Director and Officer Liability State Law Survey도 병행하여 참고할 수 있습니다. 충실의무 위반 청구 전반에 관한 개요는 Breach of Fiduciary Duty Claims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https://corpgov.law.harvard.edu/2026/01/27/2025-review-of-shareholder-activism/

Liekefett K. et al, How Shareholder Activism Fared in 2025, LAW360 (Jan. 6, 2026), https://www.law360.com/articles/2423930/how-shareholder-activism-fared-in-2025